명절 응급질환, 적절한 대처방법 꼭 숙지하세요 - 응급의학과 김태훈 교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최고관리자 작성일 | 작성일2016-09-09 17:09 조회 | 3,548회 댓글 | 0건관련링크
본문
추석연휴 꿀팁!
명절 응급질환, 적절한 대처방법 꼭 숙지하세요
올해는 5일간 이어지는 긴 추석 연휴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5일이라는 긴 추석연휴는 응급실 과밀화 현상을 더욱 야기하여 응급실 근무자로서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작년 설날에도 5일이라는 긴 연휴 기간이 있었는데, 당시 주요 대학병원 응급실 144곳의 내원환자는 13만 6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평상시와 비교하면 평일의 2.9배, 주말의 1.7배 증가한 수치였다. 모두가 즐거워야 할 연휴기간에 질환이나 외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하게 되면 평소보다 더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이나마 즐거운 연휴를 보내기 바라는 마음으로 명절 응급질환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1. 예방 및 준비
연휴기간 보건복지부는 시군구별로 지역 의사, 약사회와 협의 후 당직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고향에 방문했을 때 인근 병원을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건복지콜센터 129 및 119 구급상황관리센터를 통해 전국 500여 곳의 응급의료시설을 안내받을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겠지만 평소 치료받고 있는 만성질환(당뇨, 고혈압) 복용약과 간단한 상비약을 지참하면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소아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손상인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세의 경우 운수사고가 가장 많은 사망의 원인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영유아 및 소아를 태우고 운전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연령에 맞는 카시트 혹은 안전벨트를 착용해 만일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의 손상 정도를 줄여야 한다. 또한 외지에서 가족 혹은 손님을 맞이하는 경우 집에서 키우는 개의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개 목줄 등도 확인해야 한다. 나의 반가운 손님이 개에게는 침입자로 인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 추석
2-1) 벌초 및 성묘
벌초나 성묘를 할 때에도 흔히 발생하는 상황들이 있다. 우선 벌초를 할 때 작은 돌이 튀어 안외상을 입는 경우인데, 보호안경을 꼭 착용하고 벌초를 하면 안외상을 예방할 수 있다. 간혹 예초기를 쓰고 시동을 켜둔 채 바위나 나무에 기대어 놓는 경우가 있는데, 예초기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기계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만지면서 불의의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여러 명이 돌아가며 벌초를 하기 보다는 기계 조작에 익숙한 사람이 하는 것이 좋다.
2-2) 곤충 쏘임 및 지네 교상
대부분 물린 부위에 국소적인 통증이나 불편감이 몇 시간 동안 지속되고 벌레에 물린 부위가 빨갛게 되면서 부어오르고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국소적인 증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5%에서는 개미에 물리거나 벌에 쏘인 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두통, 어지럼증, 구토, 호흡곤란 및 심하면 쇼크 증세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벌침을 핀셋이나 손톱으로 빼내려고 하면 침이 더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칼이나 신용카드 등으로 피부를 밀어 빠지도록 유도한 후 통증과 부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10분 정도 얼음찜질을 한 후 병원으로 내원하도록 한다.
문제는 과민반응이 발생하는 것인데, 과민반응으로 사망한 환자의 2/3 이상이 벌레에 물리거나 벌에 쏘인 지 1시간 이내에 사망하기 때문에 과민반응이 발생한 환자는 신속하게 의료기관에 이송해야 한다.
지네에게 물리면 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물린 부위가 붓는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돌지네와 땅지네는 독샘을 가지고 있지만 독성이 약하다. 지네의 독은 산성이므로 암모니아수를 바르면 가라앉는다. 해독제는 없지만 증상완화를 위하여 물린 부위에 얼음찜질을 하거나 진통제를 복용한다.
2-3) 뱀에 의한 교상(사교상)
우리나라에는 16종의 뱀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중 독사는 살모사, 까치독사, 불독사, 유혈목이(꽃뱀) 등 네 종류이다. 독이 없는 뱀이 물 수도 있지만 이를 야외에서 구분하기는 쉽지 않으니 우선 뱀에 물린 모든 경우는 응급상황으로 간주하고 응급실을 방문해야 한다. 독사에 의해 물린 경우에는 송곳니 자국 2개가 1cm 정도 떨어져 나타나고, 5~10분 후에 물린 부위를 중심으로 색깔이 변하고, 붓고 심한 통증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심한 경우에는 독이 전신으로 퍼져 무력감, 어지럼증, 구역질, 구토, 식은 땀 등의 전신증상이 나타나고 쇼크를 동반하면서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독사에 물렸을 때 환자가 흥분하고 자꾸 움직이면 독의 전파 속도가 빨라지므로 환자를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물린 부위를 물로 씻어내고, 깨끗하고 넓은 천으로 물린 부위에서 5~10cm 위쪽에 손가락이 통과할 정도로 적당한 압력으로 묶는다. 상처 자체의 처치에 민간요법이 있지만 소독약 외 다른 물질을 상처에 바르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물린 부위를 칼로 절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의료기관으로의 이송시간이 늦어지고, 중요한 인대, 근육, 신경, 혈관을 절단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절대 금한다. 독사에 의한 교상 환자는 독에 의한 임상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관계없이 신속히 병원에 이송하여 항독소 투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2-4) 음독
최근에는 많은 홍보와 교육으로 그 수가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쓰고 남은 농약을 음료수병 등에 보관했다가 오용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외지에서 오는 가족을 맞이하는 분들은 지난 농번기에 사용하고 남은 농약을 가족들이 마시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만일 농약을 의도치 않게 음독하였을 경우 의식이 있다면 구토를 유도하고 음독한 약물을 지참 후 응급실로 내원하여 음독 약물 특성과 양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다만 부식제 (강산, 강염기), 석유화학제품, 환자가 의식을 잃은 경우에 강제로 구토를 유발하면 이차적인 손상이 가중될 수 있으므로 금한다. 마지막으로 어르신들이 드시는 만성질환 약물(고혈압약과 당뇨약 등)은 아이들이 쉽게 만질 수 없는 공간에 보관하길 바란다.
글. 김태훈(응급의학과 임상교수)